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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디즈니 플러스 영화 [더 메뉴] 리뷰

by 감상하는로디 2023. 3. 18.

디즈니 플러스에서 스트리밍 중인 영화 [더 메뉴]를 관람했습니다. 

이 영화도 '써치라이트 픽쳐스'에서 제작한 영화입니다. 디즈니의 자회사로 저예산 예술영화를 주로 제작하는 제작사죠. '블랙스완', '127시간', '버드맨' 등 아주 훌륭한 영화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연기 장인인 랄프 파인즈와 안야 테일러 조이, 그리고 니콜라스 홀트까지 출연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오는지라 기대감을 갖고 선택을 했는데요. 역시 써치라이트 픽쳐스에서 제작한 영화답게 아주 참신한 소재에 굉장히 파격적인 연출이 더해져 보는 내내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더 메뉴'의 포스터입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포즈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영화 [더 메뉴] 디즈니 플러스에서 스트리밍 중

1. 기본정보

장르 / 서스펜스, 스릴러, 블랙 코미디

감독 / 마크 미로드

각본 / 세스 리스, 윌 트레이시

제작 / 애덤 맥케이, 윌 페럴

출연 / 랄프 파인즈, 안야 테일러 조이, 니콜라스 홀트, 홍 차우, 존 레귀자모 외

상영시간 / 106분

상영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줄거리

일류 셰프인 '줄리언 슬로윅'이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 '호손'은 배를 타고 가야만 식사를 할 수 있는 무인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디너는 한화로 약 180만 원, 예약은 단 12명만 받는 최고급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입니다. 이 식당의 특별한 만찬에 초대받게 된 '타일러'와 '마고'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식사를 하게 됩니다. 

셰프 '슬로윅'의 메뉴에 '타일러'는 감탄을 연발하지만, '마고'는 셰프의 예술적인 요리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코스 요리가 하나씩 등장하면서 '슬로윅'과 '호손'의 직원들이 계획한 기이하고 끔찍한 일들이 펼쳐지고 셰프 '슬로윅'과 손님들이 가진 각자의 비밀들이 하나씩 베일을 벗기 시작합니다. 

 

영화의 주인공 셰프 '슬로윅'이 주방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그의 보조 셰프들이 레시피에 따라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레스토랑 '호손'의 셰프 '슬로윅'과 그의 제자들

2. 아쉬운 점 

캐릭터들의 서사가 과도하게 생략되어 인물 간의 관계를 유추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나마 가장 관객의 입장을 대변하고 마음을 기댈 수 있는 '마고'라는 캐릭터마저도 영화 중반이 지나기까지 의문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마음을 기댈 캐릭터가 없으니 영화 초중반은 이게 뭐지? 무슨 상황이지? 하며 당황하게 됩니다. 룰을 모르고 시작한 게임에 억지로 휘말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결국 '마고'에 대한 의문이 풀리고 나서야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이해되면서 극 중 펼쳐지는 사건과 상황들이 흥미롭게 보이기 시작하는 겁니다. 도입부가 조금 더 친절했다면 훨씬 빨리 몰입했을 수 있을 텐데 그 부분이 살짝 아쉽습니다. 

 

 

3. 좋았던 점

랄프 파인즈의 연기도 좋았지만 니콜라스 홀트와 안야 테일러 조이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특히 안야는 자신이 연기한 '마고' 캐릭터를 흠잡을 곳 없이 완벽히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홀 매니저 역을 한 홍 차우의 연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슬로윅'의 오른팔이며 손님들을 통제하는 역할인데 소름 돋을 정도로 빈틈없는 연기를 해냅니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도 인상 깊은데요, 영화를 보면서 몇 년 전에 겪었던 저의 괴로운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러시아의 유명 연극 연출가가 내한을 했고 국내에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큰돈을 들여 예매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주 난해한 부조리극이었는데 러닝타임이 무려 3시간가량 되는 긴 공연이었죠. 일단 내용을 거의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1시간쯤 지나자 두통이 밀려왔고 극장을 나가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비싼 티켓값이 아까웠고, 주위에 앉아 있는 관객들을 방해하기가 싫었고,  혹시 이 심오하고 철학적이며 굉장히 관념적인 연극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저 나 스스로 부족해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꾹꾹 참으며 바보처럼 앉아 있다가 3시간이 지나고 커튼콜 시작하자마자 부리나케 극장을 빠져나와서 바깥공기를 마시며 혼자 중얼거렸죠. "이제 살았다!"

극 중에서 '마고'의 심정이 그 당시 제 마음과 거의 같았을 거라 확신합니다. 

예술은 마땅히 예술가의 작품세계를 드러내야 합니다. 하지만 대중의 정서와 공명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혹은 공감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예술관은 어느 누군가에게는 폭력으로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 영화 [더 메뉴]의 이야기는 대중의 공감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오만한 예술가들을 비꼬는 풍자처럼 느껴집니다. 

본인이 창조해 낸 이 고상하면서도 끔찍한 엽기적인 메뉴판에서, 셰프 '슬로윅'이 결국 돌아간 곳은 '치즈버거'입니다. 처음 요리를 시작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치즈버거와 감자튀김 한 접시는 비로소 손님의 만족스러운 식사가 되고 완벽한 한 끼로 완성됩니다.  그리고 이 치즈버거의 가치를 알고 있는 '마고'만이 혼돈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죠. 

예술을 진정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누군가의 내면에 존재하는 허기를, 결핍을 채워주는 것이 아닐까요?  

 

 

4. 로디의 평점

★★★★(4)

미스터리와 서스펜스가 가득한 파격적인 블랙코미디를 보고 싶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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